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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후기 롤놀이터 덧글 0 | 조회 39 | 2023-05-24 16:29:08
빈목도  

사랑하는 사람끼리 함께 있으면 되겠네요. 지금 현경 씨 집으로 갈 겁니까?”

제호는 뭔가 오해를 한 듯싶었다. 부끄러운 건 맞지만, 그렇다고 그를 피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가긴 어딜 가요!”

현경도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 쪽으로 흘러간다는 걸 느꼈는지, 목청을 높였다.


“저도 제 사생활이라는 게 있는 사람이거든요. 밤에 애인도 오고 그래야 하는데. 아, 물론, 남자죠. 그렇지, 율리야?”

“네, 맞아요. 현경이 애인 남자예요.”

어느새 현경의 뒤에서 나온 율리가 격하게 동의했다. 그제야 제호는 부드럽게 웃으며 두 사람을 지나쳐 주방으로 걸어갔다. 아일랜드 식탁 위에 놓인 차와 찻주전자를 발견하곤 뒤로 고개를 돌렸다.


“차 마시려고 했어요?”

“네.”

“이거 마시지 마요. 너무 쓰니까. 대신 커피 내려줄게요.”

“네, 커피 좋죠.”

조금 전만 해도 커피는 마시지 않을 거라던 현경이 큰소리로 동의했다. 그리곤 어서 주방으로 가보란 듯, 율리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 찔렀다. 하지만 율리가 꿈쩍도 하지 않자, 이번엔 양팔을 잡아서 질질 끌 듯 주방으로 데려갔다.


“전, 아주 중요한 전화가 있어서 잠시만.”

율리를 억지로 주방 안으로 밀어 넣은 현경은 전화하는 시늉을 해 보이곤 빠르게 정원으로 사라졌다. 다행히 제호는 커피 원두를 가느라, 그녀로부터 등을 돌린 자세였다. 그런데도 자석을 만난 쇠붙이처럼 그녀의 감각은 온통 그에게로 쏠렸다.

그때 띠링, 제호의 휴대폰에서 문자 알림이 울렸다. 문자를 확인한 제호는 픽, 웃더니 휴대폰을 내려놓고 에스프레소 머신을 작동했다.

아일랜드 식탁 옆에 롤놀이터 기댄 율리는 다시금 얼굴이 발개지려고 하자, 아래로 고개를 숙였다. 몸은 후끈 달아오르고, 머릿속은 복잡했다.

골똘히 생각에 빠진 나머지, 제호가 다가왔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코끝에 시트러스 향이 흘러드는 순간, 커다란 손에 허리를 붙잡혀 번쩍, 아일랜드 식탁 위에 올려졌다.

율리를 내려놓은 그는 옆 싱크대에서 천천히 손을 씻기 시작했다. 거품이 가득한 손을 손톱 밑까지 아주 정성스럽게 씻으면서도 그녀에게선 한순간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

미치겠다. 손 씻는 모습까지 이리도 멋질 일인가?

손을 모두 씻은 그는 율리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자연스럽게 율리의 다리가 그의 허리를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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